10월 책모임 후기

 

이번 모임은 각자 글을 써오기로 했다. 책을 통해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한페이지 분량으로 써보기. 함께 읽어보기로 한 패트릭 멜로즈 1권도 우리와 함께 했다. 모임을 시작하며 패트릭 멜로즈 얘기를 잠시 나눴다. 나는 글을 쓰며 잠시 저자를 흉내내 보려 했으나. 가해자의 시각으로 생각하고 나를 본다는 것이 숨막혀 그만두었다. 그런 면에서 저자는 정말 천재 작가가 아닐까. 책은 가해자를 묘사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가족이기 때문에 가능했을까. 그는 아버지를 이해하고 싶었을까. 책에 적혀 있는 글처럼

 

' 아버지는 왜 그랬을까?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그러면 안 될 텐데.'

 

저자는 살기 위해 책을 썼다. 그가 자신을 치유할 수 있었던 건 그의 천재성과 부가 뒷바침되어 가능했다고 생각된다. 그가 부유하지 않았다면 오랜 시간 글에만 집중할 순 없었을것이다. 반면 나는 패트릭 멜로즈 시리즈를 향한 찬사에 흔쾌히 동의할 수는 없었다. 아마도 영국문화, 특히 상류층 문화에 대한 배경지식이 내게 없기 때문인듯하다. 소설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저자에 대한 관심이 더 크다. 근데 왜 책 제목은 never mind 일까. 그저 반어법에 불과할까?

 

그리고 우린 자연스레 각자 써온 글들을 읽었다.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방식으로, 표현하고픈 삶의 면면, 치열하게 질문하고 답을 찾았던 시간들이 수 놓여 있었다. 홀로 외로이 싸우던 전쟁에서 이제는 함께 둘러앉아 속내를 내보일수 있다는건 그 장면만으로도 감동적이었다.

 

우리는 형식을 굳이 통일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함께 글을 읽고 소감을 얘기해주고, 기대되는 바를 얘기해주었다. 각자 독자에게 하고픈 말을 한문장으로 표현해보기도 있다.

 

멤버1,생존자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얘기를 쓰고 싶다

멤버2,문을 열었으면 한다.

멤버3,싸이렌에 관한 농담을 할 수 있을까

멤버4,오해, 이해, 화해

 

첫 글에 내 삶을 바꾸었던 사건이 일어난 그날부터 묘사해보았다. 그날의 공기, 밝기, 사람들, 숨죽임, 혼란, 수근거림 그런것들. 내 숨을 좀 트이게 하기 위해 탈출했던 순간도 기록해놓았다. 그 안도감. 나는 그걸로 그 사건이 종료되었다고 생각했었는데...어린 나는 그랬는데...

 

멤버들은 글을 읽고 칭찬해주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고, 내가 타인을 신뢰하고 관계를 맺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었던 과정을 알고 싶다고 했다. ...나는 세명의 동지이자 독자와 함께 글을 쓴다. 독자가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 아 어느 방향으로 쓰면되겠구나 알게된다. 책을 쓰는 과정이 우리에게 어떤 일들을 만들어낼까.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겐.


(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