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6일 모임, 빛의 후기입니다. - 안녕하세요 빛입니다. 지난 5월 모임은 '사람.장소.환대.'라는 책으로 같이 만났어요. 난로언니, 야다언니, 그리고 저, 이렇게 셋이서 만나게 되었는데 이런 조합은 처음, 혹은 오랜만이었던 것 같네요. ㅎㅎ 책의 난이도(?)나 감흥에 대해서는 다들 서로 다른 느낌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무려 책을 완독한 난로언니는 책이 어렵다고 한 번 더 봐야겠다고 말함으로써 역설적으로 학구열을 빛냈습니다...ㅋㅋㅋ 저도 어려워서 거북이처럼 더듬더듬 헤아려가며 조금조금 읽어갔었어요. '사회적 성원권'. 인간을 비로소 '사람'이라는 칭호를 허락받게 해주는, 얼핏 관념적이면서도 동시에 철저하게 경험적이고, 일상적인 동시에 정치적인 상호작용질서를 의미하는 말이자 이 책의 주제입니다. 그것은 시민권이나 투표권같은 제도적인 것도 아니고 사회성과 같은 차원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회적 성원권이란 사회에서 집단에서 누구를 교묘하게 배척하는지를 설명해주는 기준에 가까울 것 같네요. 사회 안에서 마땅한 '자리'를 가진 '사람'이 바로 사회적 성원권의 주인입니다. 저는 정말 절묘한 개념이라고 생각했어요. 책이 전개됨에 따라 사회적 성원권의 개념을 설명해주면서 이 책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차별의 순간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을 빌려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비열하리만치 은근하게 작동하는, 그렇기 때문에 설명하기도 인지하기 어려운 차별 중 하나인 '여성혐오'를 탁월하게 설명해내고 있습니다. 이 책은 정말 매력적이에요. 저는 천재적(!)이라는 단어를 써서 이 책을 칭송했습니다 ㅎㅎㅎ 저는 일상적 상호작용에서 오가는 권력의 작동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고, 이런 '힘'의 문제가 일종의 저의 이슈거든요. 사실 가정폭력 생존자들의 육신에는 힘의 이슈가 새겨지기 마련이 아닐까해요. 사적공간에서 힘이 어떻게 약자의 자리를 빼앗는지 그 미묘하고 계획적인 모욕과 폭력을 저는 몸소 배웠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막상 제가 대학에서 배운 권력의 개념이란 주로 사회경제적인, 유물론적인 것들이었어요. 아니면 각자 다른 대인관계 방식으로 힘을 획득하고자 만들어내는 사회적인 방어기제 같은거. 정신분석적인.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권력은 사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말투, 태도같이 섬세한 것에서부터 증거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모든 관계가 귀여운 수준에서 살벌한 수준까지 권력다툼 혹은 인정투쟁-혹은 서로의 존재를 빼앗기위한 투쟁의 장-이될 수있다고 생각하구요. 말해놓고보니 제가 이런 쪽에 좀 예민하긴 하네요. 그래도 어쨌든 이런 식의 모호한 생각을 오래 품어 왔는데 이 책이 저에게 개념적 설명을 줬어요. 그래서 재미있으면서도 생각의 차원이 깊어지는 경험을 했네요. 그리고 어떤 사람들이 일상적 공간에서 차별을 당하는걸까. 이 고민은 저한테 중요한 게 이걸 알면 저는 차별의 위험으로부터 좀 더 안전해질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질문 자체는 차별의 원인을 개인에게 돌릴 수 있어서 위험한 질문이지만요. 이를 테면 여성. 동성애자. 소위말하는 남성성이 잘보이지않는 남자. 학벌. 그런 것들이 있을까요. 하지만 그런 명백한 범주들만 있지는 않아요. 왜냐면 같은 여성집단 안에서도 서로에 대한 차별이 있고 게이집단에서도 마찬가지니까요. 이건 그저 사회성의 문제일까요. 사회적 성원권과는 상관없는걸까요.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답은 아닌 걸까요.. 그럼 그 사회성이란건 뭘까, 사람들은 어떻게 서로 '난 너와 같은 사람이야'라는 메세지를 주고받고 서로에 대해 안심할 수 있게 될까. 그 안심의 울타리 밖에 있는 사람은 배척당하겠죠. 이런 식으로 고민이 이어졌네요. 전 투머치토커라서 저의 이런 생각을 주저리주자리 오래도 말했죠.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상냥한 언니들...

그리고 난로언니가 혜화역에서 벌어진 불법촬영편파수사규탄집회를 겪으면서 사회적성원권에 대해 더 생각해 볼 수 있었다고 해요. 저도 공감한게 그 편파수사는 누가 이 사회에서 진정 사람인지를 변별해주는 흥미로운 사건이었죠. ㅋㅋㅋ

저도 인터넷에서 페미글 읽을 때마다 책 내용이랑 자꾸 연관되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리고 언니가 나중에 따로 했던 얘기가, 사회에서 여성의 성원권은 아직 불완전하기 때문에 저런 분노어린 규탄집회에서도 철저히 질서와 규범을 지켜 행동하면서 스스로 성원임을 입증하려고 한다는 분석을 해주었는데, 이것도 완전공감.

그러다가 또 삼천포에 빠져서 이런저런 주절주절 얘기를 하면서 야다언니 머리가 아파질 때까지 수다를 떨었답니다. 야다언니..두명의 투머치토커에게 시달려주었어..ㅎㅎㅎ 제가 이렇게 솔직하고 편안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되주셔서 감사해요. 언제나 저는 여기서 완전히 존중받고, 그럼으로써 저는 '사람'이 될 수있어요. 새삼 이 자리를 빌어 여러분의 존재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저를 생존하게 해주는 힘은 바로 여러분 같은 사람들이 제게 주는 사소하고 자연스러운 관심에 있는 걸지도 몰라요.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네요. 저는 아직 서툴지만 저도 누군가에게 사람임을 알게 해주는 사람이 되어갈 수 있었으면 하네요. 이런 인연을 만들어준 사람마음께도 늘 감사한 마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