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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씨: 보라




  안녕하세요. 
  저는 여성의전화로 인연을 맺어 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정신의학서적과 심리상담서적을 보며 정신병을 진단한 것도 제 자신이었고 용기내어 정신과에 간 것도 저였습니다. 25살이었습니다. 첫번째 정신과에서 맞지 않는 의사를 만났지만 다시 용기를 내 두번째 정신과에 가서 약물치료를 받고 있었지요. 

  그러나 수많은 정신병들이 나아지진 않았습니다. 발병원인도 찾기 어려웠고 그저 억울하고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던 중 29살 후반에 엄청난 트라우마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삶을 지속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자살방지센터와 여성의전화에 전화를 하며 위기의 순간을 넘겼지만 그것으론 해결할 수 없는 아주 큰 무언가가 꿈틀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혼자가 아니었고, 버림받은 존재가 아니었나 봅니다. 감사하게도 사람마음을 만났습니다. 저의 상황을 듣고, 경제적 어려움까지 이해해주신 분들 덕분에 서른한살이 된 지금까지 사람마음에서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몇 달 전에는 트라우마 - 기억작업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물론 저는 여전히 평범한 생활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는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내가 잘못된 게 아니라는 것, 내가 사람이라서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되찾을 수 있게 된 것,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는 내가 대견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된 것, 위험한 충동들로부터 벗어나 나를 지킬 수 있는 것 등....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나열할 수 없는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저의 상담선생님, 그리고 사람마음 여러분들의 도움이라 생각합니다. 너무나 감사합니다. 또한 사람마음을 연결해주고 후원해주시는 여성의전화 분들에게도 감사합니다. 모두 누군가를 살리는 일을 위해 힘써주시고 있지요. 참으로 아름다운 일입니다. 저 또한 그런 일을 하라고, 누군가를 살리는 목소리를 내라고 시인이 되었나 봅니다. 이렇게 살아남았나 봅니다. 

  서문이 참 길었네요. 

  다름이 아니라, 제가 병 때문에 일을 하지 못해 안정적인 벌이가 없어 지원만 받는 게 늘 마음에 걸렸는데.. 얼마 전 어떤 일이 정리되면서 약간의 돈이 생겼습니다. 사람마음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후원금 명목으로나마 돈을 보냅니다. 

  후원금 입금 후에는 메일을 보내달라고 안내가 나와 있어, 이렇게 메일을 보냅니다. 

  감사합니다. 몇 번의 상담을 더 받게 될 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횟수와 햇수로 셀 수 없는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봄이 옵니다. 빨리 긴 추위가 가고 꽃이 피었으면 좋겠네요. 이제 맑은 하늘을 보고, 새 계절의 꽃을 보고 웃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부디 모두들 아름답고 건강하시길. 


  봄날에 드림. 


* 사람마음 생존자가 기부와 함께 전달한 편지를 전합니다. "살아남은 우리들 중 한 사람에게라도, 한 줄이라도, 무언가 말이 되어 건네진다면 기쁘겠다"며 공유를 허락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우리의 봄날을 응원하며 글씨를 써주신 김보라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