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3일 현 대한민국 대통령의 위헌적 계엄령 선포에, 얼어붙었던 우리의 밤을 철저히 기억합시다.

발 빠른 저지 행동으로 이어가신 시민, 급작스러운 충돌에도 불구하고 인간성으로 중심을 잡은 시민과 계엄군, 그리고 국회의 임무를 이어가는 국회의원과 보좌진의 모습에서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목격하고 안도하였지만

40년을 이어온 민주주의 체제가 찰나에 얼마나 위태롭게 역행할 수 있는가 역시 직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민주주의와 시민참여는 트라우마 회복에서 공기와 같습니다.

따라서 트라우마 심리치료자와 지원 활동가는 민주주의의 원리를 지킬 뿐 아니라, 진보하는 미래 민주주의의 형상을 쌓아 올릴 토대를 마련할 의무가 있습니다.

 

근현대사 국가폭력 생존자와 유가족,

국가가 폭력에 동조하고 방치한 시설폭력과 군위안부 생존자,

구시대적 성차별주의와 성별 이분법, 젠더 갈등 프레임으로 지속적 가해에 방치된 젠더 폭력 생존자,

국가에 책임 물을 일이 여전히 산더미 같으며 수동적인 재난 지원에 고립되는 재난재해 생존자와 유가족,

국가의 적극적 구조와 돌봄에서 누락된 아동기 학대 생존자,

신자유주의 사회경제 속에서 산업재해, 낙인, 빈곤에 밀려 사라지는 노동자,

전쟁, 테러, 빈곤, 기후 위기로 터전을 잃고 대한민국 땅에서 차별과 폭력에 다시 노출된 이주민,

시민권을 쟁취하는 걸음마다 장벽에 부딪혀야 하는 장애가 있는 사람,

존재조차 외면받는 혐오폭력의 생존자, 성소수자.

 

이들 생존자의 트라우마 회복에서 갖춰야 할 가장 필수적이고 당연한 공기와 같은 조건은

바로 생존자가 민주주의 기반의 정치참여와 회복 주체로서 권리를 행사하는 것입니다.

한밤중에 우리가 목격한 것은 바로 이러한 권리를 일거에 박탈하겠다는 권력의 만용이었습니다.

 

- 트라우마 생존자에게는 진실을 찾고 요구할 권리, 진실을 찾는 과정에 동참할 권리가 있습니다.

- 생존자와 시민은 연대하고 상호지지하며 결사할 권리가 있습니다.

- 트라우마 생존자는 국가자원의 수동적 수혜자가 아닌 적극적 회복의 주체로서 회복 자원에 대하여 투명하게 알 권리가 있으며, 의사결정에 참여하여 그 자원을 평등하게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지난 40여년의 민주주의 체제로의 이행을 넘어, 우리 사회 생존자는 트라우마 회복을 위한 미래의 민주주의를 위해 고통스러운 싸움을 이어오고 있었습니다. 지나간 권위주의 정권에서 트라우마에 희생된 사람의 명예를 회복하고 개인의 안녕과 관계를 치유할 권리를 되찾는 과정에 있었습니다. 또한 권위주의 정권에서 철저히 차단하고 외면한 진상규명과 치유의 권리를 인식하고, 민주적이고 평등한 트라우마 회복의 절차를 바로잡아야 할 시기에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계엄 선포가 있었던 것입니다. 과거 박근혜 정부 대법원의 사법농단으로 국가폭력 생존자의 국가배상이 철회되어 생존자가 또다시 절망과 공포에 놓인 시기가 있었습니다. 사회적 인정과 국가의 인정이 국가폭력 생존자와 재난피해 생존자의 회복에 결정적임은 학술 데이터를 통해서도 밝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사의 폭력을 축소하고 정당화했던 논리가 지금 우리 사회에 다시 재현되고 있습니다.

 

모든 존재에게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를 향한 신뢰 속에서 트라우마 회복이 가능합니다. 트라우마 심리치료자와 활동가는 트라우마 생존자가 숨 쉴 공기를 지켜내고 트라우마 생존자의 회복을 계속하여 지지할 것입니다.

 

2024. 12. 6.

-공익 트라우마 심리치료 연대체 조직을 준비하며 트라우마치유센터 사람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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