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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음 10주년 인터뷰 - 9]

"힘있는 모습으로 다시 인사할 수 있기를"

– 조이수현 사무국장  





Q 안녕하세요 조이수현 선생님! 사람마음에서 어떤 일을 하시는지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사람마음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전화응대, 사회적협동조합 및 공익법인 관련 업무, 홈페이지 수정, 소식지 편집 등 분담하고 있는 구체적인 업무만이 아니라 사람마음의 트라우마 치유활동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전반적으로 살피고 챙겨야 하는데 할수록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Q 사람마음 개소 10주년을 기념해서 상담가/활동가의 인터뷰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모두 함께 참여하기로 결정했으니까? (웃음) 더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사람마음 소식지 구독자 분들이 트라우마 생존자 분들의 목소리를 많이 궁금해하세요. 저희도 많이 전해드리고 싶은데 직접 전달할 기회는 많지 않고 간접적으로 전달하기에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어서요. 대신 함께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려드리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 이야기도 솔직하게 해보려구요. 많은 분들이 읽고 조금 더 사람마음을 가깝게 느끼게 되고 더 나아가 사람마음에 힘을 보태주고 싶어지셨으면 좋겠어요. 



Q 사람마음은 트라우마의 회복을 위해 개인의 치유뿐만이 아닌 사람과 사회의 연결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그런 비전을 지향하고 있는 이유가 있을까요? 


우리는 무인도에서 혼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서 크건 작건 속해 있는 공동체의 영향을 받잖아요. 트라우마 회복의 과정도 마찬가지라서 더 나빠지는 것에도 더 나아지는 것에도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살고 있는 지역과 대한민국의 제도와 문화가 영향을 미칩니다. 폭력피해를 예로 들자면 쉽게 폭력을 정당화 혹은 미화하거나 가해자보다 피해자를 비난하는 분위기나 그런 문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제도로 인해 피해자는 사건 이후에도 다시 고통을 경험하게 되고 이러한 고통이 예상되면 자신의 피해를 드러내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하거나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이해해주는 사람들의 존재와 당사자의 목소리가 반영된 제도의 마련은 생존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혼자 고립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은 회복을 촉진하는 자원입니다. 공동체 구성원들 모두가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트라우마의 영향을 줄이고 트라우마를 다시 경험하지 않도록 제도와 문화를 마련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 조이수현 선생님이 여러 사회적 기업, 인권단체 중에서도 사람마음에서 일하시게 된 계기는 어떤 것이었나요? 


어렸을 때부터 막연히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물론 그렇지 않은 일은 없지만 조금 더 직접적인 방식이었으면 했나 봐요. 정신건강과 관련된 직업군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나도 비슷한 일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대학 진학 때는 심리학과에 지원했습니다. 20대 초반에 계급이나 젠더의 문제에 주된 관심을 기울이는 시간을 거치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정신건강의 문제가 저에게는 중요한 주제였습니다. 대학교 학부와 대학원에서 함께 공부했던 친구가 사람마음을 열었고 트라우마 생존자의 회복에 힘쓰고자 하는 취지에 동감하며 상담자로서 함께 일하기 시작하여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저는 꽤 소란한 집에서 자랐는데 아주 작은 일도 쉽게 큰 일이 되었고 때로는 누군가의 생명이 위험해지는 상황이 되기도 했습니다. 바깥세상에서 만난 사람들도 저에게는 별로 안전하지 않았어요. 집안의 사정은 성인이 된 후에도 꽤나 오랫동안 현재진행형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삶을 잘 꾸려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괜찮은 척 하면서 운좋게 좋은 결과를 얻으며 버티는 것은 점점 어려워졌고 그럴수록 과거나 관련된 다른 사람들을 원망하는 것이 더 쉬워졌어요. 어려운 상황에서도 견디고 노력하며 잘 해나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내가 못마땅했구요. 


하지만 정신건강에 대한 공부와 여러 훈련을 하면서 조금씩 이전보다 심리적으로 안정되는 것을 경험하였고 특히 트라우마에 대한 공부와 훈련을 하면서 비로소 내 몸의 중심부터 차분하게 채워져 단단하고 묵직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무게 중심이 잡혔다고 할까요. 이전에는 아무 일이 없더라도 시끄러운 곳에서 흔들거리고 있는 느낌이었는데 말이에요. 진정으로 고요하고 편안한 느낌이란 이런 것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요즘도 가끔 생각합니다. ‘조금 더 일찍 이런 안정감을 갖게 되었다면 좋았을텐데. 하지만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참 다행이다.’ 


많은 분들이 사람마음에서 저와 같은 경험을 하실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계속 일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과거의 그늘 속에서 고통스러운 순간을 반복해서 경험하지 않고 지금의 하루하루를 살아가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 사람마음에서 일하면서 가장 기쁠 때는 언제인가요? 


생존자 분들이 긴 치유의 과정을 마무리하면서 작별 인사를 할 때, 처음보다 밝고 힘이 생긴 모습을 보면서 참 기쁩니다.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때도 있어서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이런 순간이 더욱 많아지면 좋겠어요.



Q 사람마음은 시민의 기부를 통해 운영되는 트라우마 치유센터라고 들었습니다. 조이수현 선생님이 기부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 또는 기부에 대해서 갖고 있는 철학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고등학생 때 ‘아름다운 비행’이라는 영화를 보러 갔는데 한 환경단체가 야생동물보호와 회원가입 캠페인을 하고 있었어요. 회원가입을 하면 영화에 나오는 거위 인형을 선물로 받을 수 있었고 부끄럽지만 그 인형을 받고 싶어서 가입했어요. 회원이 되면 회원증과 매월 발간되는 책자를 받을 수 있었는데 모르고 있던 환경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알 수 있었어요. 도시에 살아서 알기 어려웠던 주변 동식물이 겪고 있는 문제 상황을 이해하고 환경오염과 자원고갈을 막기 위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환경문제에 대해 알게 될수록 환경운동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제가 직접 할 수 있는 일은 적으니 대신 직접 활동해주시는 분들을 지지하고 싶어졌어요. 응원하는 마음으로 소액이지만 지금까지 25년 가까이 기부하고 있습니다. 기부금만 따지자면 아주 작은 돈이라서 저 하나쯤이야 싶기도 하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기도 하고 이 단체의 생각과 활동에 동의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니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생각입니다. 이렇게 뜻을 함께한다는 마음으로 여성, 아동, 성소수자, 동물, 문화재보호 등 관심있는 영역의 여러 단체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사람마음과 뜻을 함께 하시는 분들도 더욱 늘어나길 바라요.



Q 마지막으로 이야기해주고 싶으신 것이 있으실까요? 


사람마음이 문을 연지도 올해로 만 10년이 되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보고 계실 여러 많은 분들이 물심양면으로 지지해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사람마음은 많은 변화와 어려움 속에서도 앞으로를 모색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계속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