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년 인터뷰 - 2]
과거의 그 때 필요했던 지지와 교류를 ‘지금, 여기’에서 해나가다.
– 이송희 선생님
안녕하세요 이송희 선생님! 사람마음에서 어떤 일을 하시는지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이송희입니다. 저는 사람마음에서 상담가이자 활동가로서 일하고 있어요. 사람마음은 트라우마 같이 삶에서 정말 큰 힘든 사건을 겪고 그로 인한 마음의 후유증을 갖고 계신 분들을 대상으로 심리지원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마음에서 전 일단 상담가로서는 개인/집단상담을 하고 있고요.
사람마음이 트라우마치유센터이니만큼 트라우마에 효과적이라고 검증된 치료들을 많이 하고 있는데 저는 그 중에서 변증법행동치료(DBT)에 관심이 많아요. DBT는 트라우마로 인한 압도적인 마음과 몸의 고통, 일상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치료방법 중 하나입니다. DBT를 통해서 분명 이전과는 조금씩 다르게 사는 내담자 분들을 많이 목격해왔고요. 그 밖에도 상담에 도움이 많이 되는 게슈탈트, SE 등 관련된 내용들을 틈틈이 공부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활동가로서는 평일 중 하루에 사무국에서 상담에 관해 문의해주시는 분들에게 상담 신청 절차에 대한 안내를 드려요. 사람마음에 기부회원님들이 보내주시는 기부금을 확인하고 안내드리는 일도 있어요. SNS 계정을 관리하기도 하는데 필요한 글들을 카드뉴스로 보기 좋게 만드느라 편집 디자이너 일을 했던 친구들의 고충을 절절히 공감 중입니다.
많은 분들이 상담, 심리치료에 호기심,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과연 상담을 하면 무엇을 할지, 어떤 과정인지 궁금해하실 것으로 생각이 드는데요. 이송희 선생님이 생각하는 상담이란 무엇인가요? 상담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철학, 가치는 무엇인가요?
진짜 어려운 질문이에요. 대답을 생각해보느라 1시간 정도 마음의 방황을 했네요.
상담은 상담자-내담자 관계라는, 보통의 사회생활에서 하는 날 것의(?) 야생의(??) 관계보다 안전한 대인관계 안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감정 경험을 통해 차근차근 소소한 변화를 추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을 해요. 상담에 오시는 내담자분들이 어떤 기대를 갖고 상담에 오실텐데 그 목표를 얻기 위해 우리가 엄청나게 바로 달라져야 된다 그렇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갈 것이라는 안내를 드리고 싶어요.
연구에 따르면 ‘좋은 치료관계’와 ‘상담자의 인간성’이 치료에서 가장 큰 효과를 가져오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상담자’로서의 역할수행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또한 인간 이송희로서 내담자분과 신뢰 관계를 잘 쌓아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내담자 분에게 ‘상담은 조별과제다’라는 것을 강조해요. 우리가 상담에서 한 팀으로 서로가 잘 참여해야 원하는 바를 조금씩 이뤄갈 수 있다고요. 우리 모두가 상담에 잘 전념할 수 있기를 항상 응원하는 마음이에요.
사람마음은 수많은 다른 상담기관과 어떤 점에서 다르고, 특별한가요?
트라우마 치료로써 검증된 치료들은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이전 직장에서 일할 때에는 트라우마 치료를 받아보시는 게 정말 필요한 분들이 경제적 이유 때문에 그런 기회를 가져보기가 쉽지가 않다는 것에 늘 아쉬운 마음을 갖고 있었어요. 사람마음은 경제적 상황에 따라 치료비를 차등 책정해서 최대한 많은 분들이 상담의 기회를 가져볼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기관이라는 점이 특별해요.
트라우마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구조에서 비롯되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사람마음의 구성원 선생님들은 심리치유활동과 더불어 트라우마에 관련된 연구활동, 차별에 관련된 사회운동에 참여해서 사회 자체를 바꿔나가고자 하는 노력을 같이 하고 있다는 것이 사람마음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기부회원님들이 기부를 통해서 사람마음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계시다는 것이 다른 상담센터와 진짜 다른 점이죠.
트라우마는 정말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받으면 좋아지는 걸까요? 이송희 선생님이 나름대로 갖고 있는 트라우마에 대한 정의가 있나요?
저도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트라우마가 없는 사람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앞의 질문에서 이야기했듯 차별, 혐오의 문제들은 사회적 구조를 반영하는 이슈들이에요. 당연히 커다란 사회의 벽 앞에서 개인은 작고 약하고 상처입을 수밖에 없더라고요.
여성으로서 저도 7살 때부터 공공장소에서의 성적 희롱과 추행 문제를 꽤 겪어왔어요. 심지어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정신건강전문가로서 일할 때에도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당해봤고요. 이런 것 또한 트라우마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제가 만만히 보이나 싶어서 일부러 인상을 쓰고 다니거나 매우 공격적으로 대응하기도 했어요. 저도 전문가로서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문제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을 했던 거죠. 그러나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일을 해나가면서, 이건 개인이 문제의 원인인 것이 아니라 성희롱, 추행에 대한 사회적 인식, 구조, 제도가 결부된 문제였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연구에 따르면 개인이 힘든 사건이 있었을 때 PTSD가 되느냐 마느냐는 그 당시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반응이 어떠하냐에 달려있다고 해요. 상담할 때는 그 때 내담자가 필요로 했던 사회적 자원이 지금이라도 되어보고자 해요.
많은 분들이 상담이 효과 있냐고 물어보시는데요, 조별과제 같이 함께 전념하면 분명 변화가 있고요! 효과가 있고요! 실제로 제가 치료의 효과를 많이 목격했습니다. 물론 항상 성취가 보장되는 일은 아니긴 합니다. 상담자 내담자 모두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렸지만 희망은 분명 존재한다고 말씀드려요.
이송희 선생님이 여러 가지 심리치료 중에서도 트라우마 전문 심리치료를 하시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임상심리전문가 수련을 할 때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대한 연구수행을 위해 정말 수많은 PTSD 환자를 만났습니다. 그 때 PTSD란 것이 사람의 삶을 이렇게 다르게 만들 수가 있다는 점에 충격을 받았고 트라우마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트라우마 심리치료는 정말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마음 이전에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해바라기센터에서 일을 약 3년 정도 했어요. 사회의 의료적, 금전적 지원도 진짜 중요하지만 심리적인 지원도 필요함을 실감했어요. 정신건강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해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같은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마음에서 일하면서 가장 기쁘거나, 슬프거나, 분노하시거나, 뿌듯할 때는 언제인가요?
내담자분들이 작지만 분명한 변화를 체감하시고 기뻐하실 때 저도 기쁘고 행복해요. 내담자분들의 힘든 이야기를 들을 때 같이 슬퍼하고 분노하고요.
맛있는 거 먹는 것을 좋아하는 편식러인데 사람마음 근처에 식당가에서 맛있는 한 끼를 했다고 느낄 때 즐거워요. 점심 식사 끝나고 동료 선생님들과 산책하면서 스트릿 고양이 영접을 할 때 또 즐겁고요. 동료 선생님이 츄르도 사주셨는데 고양이에게 아직 바친 적이 없어 아쉽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야기해주고 싶으신 것이 있으실까요?
사람마음에 기부를 통해 꾸준히 지지를 보내주시는 기부회원님들께 감사를 전하고요.
지금 만나고 있는, 또 앞으로 만나게 될 내담자 분들에게는 희망을 전하고 싶어요.
늘 부족한 저를 토닥여 주고 도와주시는 사람마음 선생님들에게는 사랑을 전합니다.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