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년 인터뷰 - 1] 

상담이라는 작은 온실 안에서 마음의 씨앗에 싹을 틔우다. 

– 이윤경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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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윤경 선생님! 사람마음에서 어떤 일을 하시는지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2021년 3월부터 사람마음 심리치료진으로 합류한 이윤경입니다. 여러 생존자 분들을 만나면서 상담을 진행하고 있고, 더불어 연구교육위원회에 소속되어 사람마음에서 진행하는 여러 연구 및 교육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요. 그동안 호기심에 이끌려 워낙 얕고 넓게 살다 보니(?) 주로 어떤 상담 기법을 활용하는지 답하려면 종종 말문이 막히기도 하는데요, 그래도 지금 주로 관심을 많이 가지고 활용하려는 상담 기법은 게슈탈트치료와 인지행동치료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몸의 감각을 알아차리고 활용하는 데에도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아서, Somatic Experiencing 등 소매틱 심리학 기반 치료에 대해서도 보다 깊이 배워나가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많은 분들이 상담에 호기심,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과연 상담을 하면 무엇을 할지, 어떤 과정인지 궁금해하실 것으로 생각이 드는데요. 이윤경 선생님이 생각하는 상담이란? 상담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철학, 가치는 무엇인가요? 

어설프게나마 상담이 무엇인지 정의해보자면, 내담자 분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잠재력의 씨앗에서 싹을 틔우고 그 싹을 키워가는 과정을 함께 해나가는 것이 상담 아닐까 싶어요. 많은 분들이 상담에 처음 오실 때 상담자에게서 명확한 답을 얻어가기를 원하시는데, 사실 그 답을 가지고 있는 건 상담자가 아니라 내담자 분들이에요. 다만 그동안 삶에서 겪었던 여러 어려움들로 인해 자신의 안에 어떤 씨앗이 있는지 모르고 계실 뿐이죠. 심지어 그동안 이미 틔워왔던 싹을 알아봐주지 못할 때도 있고요. 우리가 한창 힘든 순간에는 시야가 좁아지는 순간들이 있게 마련이니까요. 이때 상담자가 하는 역할은 끊임없이 호기심을 가지고 여러 가지 질문을 하면서 좁아진 시야를 확장시키고, 여러 가지의 새로운 각도에서 지금까지의 삶을 재조명하는 거라 생각해요. 그 과정을 통해 각자 가진 잠재력을 재발견하고, 그 잠재력의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방법을 함께 찾아내고 실천해보는 거죠. 이때, 상담자의 전문적인 지식과 훈련 경험은 그 씨앗을 알아보고, 싹을 틔우고 키워가는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을 알려줌으로써 이 과정을 단축시키는 역할을 해요. 때로는 씨앗의 성장을 막는 여러 장애물들을 함께 치우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옆에서 일방적으로 재촉하거나 이끌어낸다고 해서 싹이 자라나지는 않아요. 상담은 그 싹이 각자의 타고난 예쁜 모습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계속 호기심과 관심을 가지고 정성을 기울이는, 그렇게 함께 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마음은 수많은 다른 상담기관과 어떤 점에서 다르고, 특별한가요? 

상담 과정에서 함께 할 뿐 아니라 상담실 밖에서도 연대하는 장을 만들어 나가고자 여러 가지를 시도하는 것이 아마 사람마음이 다른 상담기관들과 가장 두드러지게 다른 점이 아닐까 싶어요. 정신건강의학과와 연계하고 약물치료를 병행하도록 안내하는 것은 다른 상담기관에서도 많이 하는 일이지만, 사람마음에서는 그보다도 좀 더 나아가서 생존자 분들의 일상을 함께 회복해 나가는 과정을 다방면으로 함께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느껴지거든요. 얌얌꾸러미를 챙겨드리면서 매일의 일상에서 기본적인 자기 돌봄을 해나가실 수 있도록 돕는다던가, 여러 기관들과 연계하고 다양한 인권 옹호 활동을 진행하면서 사회적 지지망을 구축한다던가 하는 식으로요. 트라우마로부터 회복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모두 연결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이러한 연결을 확장시키기 위한 사람마음의 노력이 사람마음만의 독특한 색깔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트라우마는 정말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받으면 좋아지는 걸까요? 이윤경 선생님이 나름대로 갖고 있는 트라우마에 대한 정의가 있나요? 

트라우마에 대해 사전에서 찾아보면 ‘정신적 외상’ ‘충격’ 이러한 단어들로 정의되죠. 여기에 저는 ‘연결’이라는 단어를 하나 더 보태서 정의하고 싶어요. 트라우마는 여러 가지의 연결을 끊어버리는 큰 충격이라고 생각해요. 일단 트라우마를 겪게 되면, 나의 신체적 감각, 감정, 기억 등 나의 마음 속의 여러 가지 것들의 연결이 끊어지게 돼요. 실제 트라우마 후유증을 경험하시는 분들은 자신의 여러 가지 감각, 감정 등을 알아차리기 어려워하시거든요. 외부로부터의 폭력이 강한 충격을 주고, 그로 인해 나 자신과의 연결이 어딘가 끊어지게 되는 거죠. 그리고 트라우마는 계속 과거 어느 순간들의 기억들이 파편처럼 밀려들어오게 하면서 지금 이 순간, 현재의 삶과의 연결도 끊어뜨려요. 사회와의 연결도 끊어지면서 많은 분들이 고립된 삶을 살아가게 되기도 하고요. 그렇기에 저는 상담, 심리치료가 트라우마로부터의 회복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해요. 나 자신, 현재의 삶, 사회와의 끊어진 연결 고리들을 다시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누군가 안전한 대상과의 연결을 새롭게 경험해봐야 한다고 믿거든요.


이윤경 선생님이 여러 가지 심리치료 중에서도 트라우마 전문 심리치료를 하시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우선 제가 기질적으로 상당히 겁이 많고 예민한 편이라 트라우마 심리치료에 관심을 갖게 되기도 했어요. 위에서 상담의 과정을 씨앗의 성장에 비유한 것에 다시 한 번 빗대어 말하자면, 우리가 언제나 온실 속에서만 살아갈 수는 없다는 것을 늘 크게 의식하면서 트라우마에 대해 더 진지하게 바라보게 된 것 같아요. 원치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 우리에게 불가항력적인 충격과 고통이 가해질 수 있음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그러면 그 다음엔 어떻게 이걸 딛고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된 거죠. 그리고 원래 사람마음에서 일하기 전에 대학교, 기업 등의 다양한 장면에서 상담자로 일했는데, 그 과정에서 상담실 안에서의 만남만으로는 무엇인가 한계가 있는 것 같다는 아쉬움과 답답함이 계속 쌓여가면서 트라우마 심리치료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아직 우리 사회가 갈 길은 멀지만, 그래도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선에서부터 상담실 밖의 지지체계도 쌓아 나갈 필요가 있겠다는 문제의식이 커지면서 상담실 안과 밖을 연결하는 치료에 더 끌리게 된 것 같아요.


사람마음에서 일하면서 가장 기쁘거나, 슬프거나, 분노하시거나, 뿌듯할 때는 언제인가요? 

아직 1년밖에 되지 않은 햇병아리(?) 활동가인지라 이런 이야기를 쓰자니 뭔가 어색하기도 하네요. 그렇지만 제 짧은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가장 뿌듯한 순간은 아무래도 삶의 여러 어려움들을 혼자 버텨오셨던 내담자 분들이 ‘더 이상 혼자가 아니고 누군가와 함께 있음’에 대해 이야기해주시는 순간들이었어요. 그리고 과거로부터 점차 자유로워서 현재의 삶을 각자 자기다운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을 지켜보는 순간들도 뿌듯했던 기억이 나네요. 반면 가장 분노하게 되는 때는 우리의 현실에 이렇게 무수하고 다양한 폭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고 듣게 되는 순간들이에요. 분노를 어떻게 하면 다시 동력으로 삼아 나아갈 수 있을까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아보려고 하지만, 그래도 이런 순간들마다 화가 나는 건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이야기해주고 싶으신 것이 있으실까요? 

사람마음에 관심을 가지고 이렇게 10주년을 함께 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 여러분들의 관심과 지지가 사람마음이 10주년을 맞이할 수 있게 해준 가장 큰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앞으로 새롭게 펼쳐질 사람마음의 또 다른 시간들도 함께 응원해주시길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