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람마음에서 상담을 종결하신 A님께서 상담 후기를 담은 편지를 보내주셨습니다.
상담을 망설이는 다른 분들께 작은 희망이 될 수 있도록 A님의 소중한 경험을 나눠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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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사람마음에서 약 10개월 간 상담을 받은 A입니다.
저에게 상담은 제가 전 직장 네트워크에서 겪은 성희롱과 성희롱에 항의한 이후 경험한 직장 및 지역사회에서의 직, 간접적 비난, 암묵적인 무시와 따돌림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그 공간에서 피해 경험이 어떻게 제가 스스로를 바라보고 타인과 관계 맺고 즐겁게 사는 것을 방해하는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상담을 할수록 당시에는 너무 힘들어서 덮어둔 것과 보지 못한 것도 다시 이야기하며 꺼내어 보고 상담선생님과 함께 화나고 슬퍼하고 억울해 할 수 있었던 안전한 시간이기도 했었습니다.
내가 어떤 성격이고 나의 인간관계가 어떻고 연애사가 어떠했는지에 상관없이,
내가 내가 겪은 피해를 얼마나 논리정연하게 설명하는 지와 하나도 상관없이,
내가 겪은 피해는 그 사실 자체로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았지만 피해사실이 알려진 이후에 겪었던 주변의 비난과 괴롭힘으로 '내가 너무 예민했던 건가', '내가 너무 잘 웃고 농담을 많이 했던 건가', '내가 내 연애사를 너무 오픈했던 건가', '내가 직장에서 더 열심히 일했어야 했나' 같은
목소리가 마음속에서 늘 저를 검열하고 주눅들게 하는 걸 막기 어려웠었습니다.
그 일을 이야기하고, 상담선생님의 언어로 제가 겪은 피해는 그 자체로 잘못된 것이고 저를 비난하는 목소리의 내용과는 사실 아무 상관이 없다는 걸 함께 확인하며 저는 좀 많이 편안해졌습니다.
사건 전까지만 해도 큰 문제가 없이 무난하게 지냈었던 전 직장의 상사와 동료들이 그 사건이후 조직 분위기를 위해 모든 것이 제 오해라고 주장하는 가해자와의 화해를 종용하고, 이를 거부하자 제 성격, 연애사, 의사소통 방식, 옷차림으로 저를 비난하고 저라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 문제 있는 사람으로 그래서 그 일이 일어났던 것으로 원인을 돌리는 것을 보고 들으며, 저도 그들의 비난과 그 잣대를 무시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의심하고 있었던 것을 발견하고 화내고 슬퍼하고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잘해왔다는 걸 인정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그 일이 종종 떠오르고, 비난의 목소리가 잊혀지지 않고 제가 겪은 따돌림이 생각나면 화나고 억울하고 슬프지만 그 횟수가 줄어들었고 그 화나고 억울하고 슬픈 정도가 약해졌습니다.
그건 아마 제가 어느 샌가 저도 모르게 정말일까 걱정하게 된 '별 거 아닌 걸로 예민하고 문제를 만드는 미친년' 이라는 비난이 가해자와 주변인물과 조직의 개소리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또한, 같은 시기에 정신과 진료를 병행하며 약물의 도움을 잘 받고 병원의 권고에 따라 큰 문제없이 단약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상담이라는 안전한 공간이 있어서였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른 분들도 상담을 통해 과거의 사건이 나에게 남긴 원치 않는 영향을 찾아내어 분리수거하고 정리할 수 있는 도움을 받아 지금보다 더 편안하고 더 즐겁게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트라우마 센터의 모든 분들 건강하시고 정말 많이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는 그 일이 덜 화나고 덜 생각나고 삶이 더 살 만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