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생존자의 심리지원을 수행해 온 사람마음은 전문성을 갖춘 심리학자가 트라우마 심리치료를 인권 활동으로 이해하고 이 활동을 지속할 방법을 고민해왔습니다. 트라우마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데, 그 경험이 개인에게 미치는 파급력과 회복의 기회는 생존자가 가진 사회적 자원의 양적, 질적 차이에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원이 없어서 트라우마 경험으로 인해 공동체에서 고립되고 자취를 감추는 생존자는 누구인가, 이러한 생존자에게 심리치료는 어떤 자원이 되어야 하는가, 라는 근원적 질문을 계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하여 트라우마 심리치료는 공익 활동이라는 하나의 답에 필연적으로 이르렀습니다. 자원이 없는 트라우마 생존자에게 심리치료라는 자원의 쓰임은 한 사람의 생존과 직결되고, 그렇기에 사적 이익 추구의 구호가 존재하지 않는 공공성의 장에서 시행되어야 합니다. 또한 공공성의 장은 불편부당한 무채색의 공적 영역이 아니라, 이러한 시행을 통해 생존자의 편에서 정의 실현을 추구하기에 뚜렷한 정치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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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답을 구체화하면서 치료 체계의 지속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재단법인 진실의힘의 지원으로 시작합니다. ‘진실의 힘은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 고문을 겪으며 간첩으로 조작된 피해 생존자들께서 진실 규명에 함께 했던 인권활동가, 변호사, 의사, 심리학자 등 생존자를 옹호했던 사람들의 뜻을 모아 설립하신 기관입니다. 고문과 투옥을 감내하고 사람과 시간을 상실하여 삶의 파괴를 경험한 생존자들께서 재심을 통해 고문과 날조를 폭로하며 무죄를 끌어내고, 생존자 인권옹호 기관을 설립하여 실천을 계속 이어가고 계십니다. 이는 이런 일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해야 한다는 살아남은 자의 굳건한 마음이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러한 뜻과 실천은 사람마음의 실천과 매우 맞닿아 있어서 이번 사업이 연대의 계기가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람마음이 수행했던 수많은 생존자 심리상담 및 전문가 교육 프로그램의 시행착오는 이번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기획하는 토대가 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공익 심리상담을 지향하는 심리치료자에게 무료 교육과 연대의 경험을 제공하고, 심리치료 자원이 부족한 지역에 고립된 트라우마 생존자에게도 근거기반 심리치료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트라우마의 목격자이자 생존자의 옹호자로서 공익 심리치료자를 양성하고 그 필요성에 관한 근거를 마련하는 첫 번째 작업이자, 트라우마 발생의 사회구조적 맥락을 이해하는 바탕에서 전문성을 갖추며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는 심리치료자가 우리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입니다.